잔잔한 일들, 소소한 사건
작업실에 좀도둑이 들었다. "좀도둑"이라 칭하는 것은 정말 좀도둑이었기 때문이다.
작업실을 금강변으로 옮긴후, 또는 지금까지 처음 있는 일이라 마음은 좋지 않다.
사건의 전말은 이러하다.
이번주, 즉 19일 월요일에는 작업실 신축관계로 관련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낮 시간이 다지나게 되어
작업실에 가질 못했다.
그러니 토요일(17일) 저녁때에 퇴근하여 일요일과 월요일 이틀을 가지 않은 셈이다.
화요일(20일), 작업실 옆 공터에 주차를 하다보니 건물 측면의 창문 유리가 깨어져 있었다.
보는 순간 무슨일이 있구나를 직감하며 앞문으로 갔다. 닫혀 있었으나 역시 잠금 장치가 풀려있었다.
들어서서 주방 쪽을 보는 순간 소스라쳤다. 쭉 둘러보니 그림은 다친데는 없었고 만진곳도 없어
한편 다행이었으나 마음은 심히 요동쳤다.
라면을 끊여 먹은 흔적들이며, 올 봄, 아는 분이 필요하다하여 어린 솔방울에 부어 놓은 소주가 풀어 헤쳐져 있고,
무엇보다도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보관용으로 가져다논 김치 냉장고에서 커다란 김치통 두 개를 꺼내
바닥에 놓은체 하나는 뚜껑마저 열어 놓았다.
순간적이 당황함과 난감으로 잠시 멍하니 서있다가 112에 신고를 했다. 경찰에서 오기전 잠시 둘러보니
오래전 아이가 타전 자전거도 없어짐을 알았다.
잠시 후 경찰이 도착하여 초등 수사에 들어 갔다. 경위, 목격자 진술(앞집 아주머니) 등등을 하는 중에 과학 수사팀이 도착 했다.
사진등과 지문채취 등 두 세 시간이 소요되었다.
한편 잃어버린 자전거는 일요일, 작업실에서 떨어진 의당 파출소에서 신고접수된 자전거 사진을 보내왔다.
그 자전거였다. 경찰들은 바로 자전거를 찾아왔고 확인하였다. 아마 서랍들을 뒤지다 마땅히 가져갈 물건이 없자 자전거를 타고 도주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.
요근래, 이 근처에서 이런일이 많이 일어난다는 이야기, 빨리 잡아서 불안을 해소하겠다는 말들이 오갔다.
과학수사팀의 모든 수사가 끝이나고, <웃는얼굴>작품을 알아본 형사들은 좋지 않은 일이지만 만나게 되어
반갑다고, 이 그림 안다고, 반가워하였다.
기념이 될만한게 없나 찾아보다 지지난해 금산에서 초대해 열린 그림 도록을 한부씩 주었다. 한사람이 사인을 요청하자 나머지 두 사람도 요청했다. 웃픈 상황이었지만 그런, 만남,이었다.
대략 오전 12시 즈음에 수사 과정은 끝이 났다. 모든 흔적들을 치웠다. 유리창문도 갈아 끼웠다. 괘심한 감정보다 묘한 감정이 앞섰다.
그러나 그림 그리기는 할 수 없었다. 손에 잡히지 않았다. 그대로 우물쭈물 우왕좌왕 저녁녘까지 서성였다.
'아침' 카테고리의 다른 글
2021.8.14 작업실 (0) | 2021.08.14 |
---|---|
2019.9.10 첫삽 (0) | 2019.09.11 |
이 겨울은 (0) | 2019.02.18 |
2018년에도 고마웠습니다 (0) | 2018.12.28 |
종이 (0) | 2018.07.31 |